배낭을 메고 대문을 나서면 가고 싶은 곳이 늘 발 앞에 서 있다. 길을 나선다는 것은 선을 따라간다는 것이다. 선은 바르게만 펼쳐져 있지 않다. 빤히 보이는 길도 있지만, 모퉁이도 있고, 고목 사이로 이어지기도 하고, 길이 없는 내를 건너기도 한다. 얕은 물을 만나면 징검다리를 만들기도 한다.
돌과 돌 사이로 흐르는 물은 몸부림치듯 흘러가지만, 물도 길을 따라 흘러간다. 이러한 길을 걷는 데는 법칙도 없고 원칙도 없다.
울릉도는 혼자 떠나는 길이 아니다. 여럿이 서로 다른 목적으로 가지만, 같은 길을 걷고 잠자고, 같은 음식을 먹는다. 풍경을 보기 위해 떠난 사람, 맛난 음식이 먹고 싶은 사람, 높은 곳에 오르고 싶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우리는 울릉도에 갔다 왔다고 이야기를 한다. 보고, 먹고, 느끼며, 울릉도는 멋지고, 신선하고, 맑고, 부드러운 곳이라는 것이다.
청량리역을 시작으로 울릉도 도동항에 안착하고, 다음 날 우리를 기다리는 독도를 품에 안았다. 섬을 지키는 장병들의 모습은 늠름하고, 분명 우리 땅이고 우리의 국토였다.
독도를 뒤로하고 나리분지에서 성인봉을 걸었고, 원시시대의 숲 속을 연상케 하는 빼곡한 나무들과 키 작은 초본 식물들이 지표면을 덮고 있다. 울릉도에 들어와 터를 잡았던 사람들의 흔적인 투막집도 있고, 시원하게 목을 축여주는 신령수도 있지만, 힘들어 올라야 했던 계단이 버겁기도 했다.
모노레일을 타고 태하등대 전망대에서 울릉도의 또 다른 비경을 마주했다. 태하리 벽화 거리는 마을 사람들의 분주한 삶이 생생하게 연출되기도 하였다.
도동 해안 도로를 거닐며 다양한 지층을 보고, 발길이 닿는 곳마다 보기 드문 절경이 숨어 있다. 저동으로 가는 길은 높은 파도로 길이 두 동강 나고 옛길을 걸어야 했다. 나무 사이로 드러난 행남등대는 거북이가 목을 빼고 바다로 나가는 형상이었다.
2박 3일 동안 울릉도를 두 발로 지칠 만큼 많이 걸었다. 육지에서 볼 수 없는 야생초도 많이 보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소박하고 밝은 표정들이 배어 있다. 모두 길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문화를 얻었다.
<울릉도 길 문화>는 향기로운 오솔길을 걸으며 보고 느끼고 체험한 울릉도와 독도의 모습을 오롯이 담아내었다. 짧은 기간 귀한 시간들을 그려내는 다양한 그림은 추억의 드라마로 장식될 것이다.
정진해
강원도 동해시 대진(한나루)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한국엔지오신문 문화재전문위원/전문기자
한국토종식물해설사협회 회장
한국능력교육개발원 교수
전통문화·토종식물·마을문화해설 강사
에듀씨코리아 작가
[저서]
한국야생화도감(1, 2, 3, 4, 5, 6)/ 한국수목화도감(1, 2)/ 들나물105종/ 산나물101종/ 우리땅에서 자라는 약용식물도감/ 우리곁에서 자라는 야생초&나무/ 이야기 담은 야생화1,2/ 들꽃과의 이야기/ 우리땅에서 자라는 야생초와나무 792/ 산들꽃 이야기 / 꽃이야기 도감1,2/ 한국토종약용식물도감(초본, 목본)/ 또 하나의 문화유산/ 아름다운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동해시 문화기행/ 양양문화기행/ 삼척문화기행/ 강릉문화기행/ 고성문화기행/ 속초문화기행/ 강화문화기행/ 속리산문화기행/ 고양문화기행 / 남양주문화기행/ 거제 문화기행 / 태안문화기행 / 한국의 탈 /전통문화시리즈(한국의전통가옥 외 13종) / 덧없는사랑 변산바람꽃 /한강에 온 인어공주 / 꽃의나라 동화 / 왕이 된 청개구리 / 다람쥐와 도토리 / 바다부채길의 비밀 / 심학산의 날개 / 야생초 이야기 / 슬로시티 증도 / 문수산성 문화기행 / 도란도란 야생초 이야기 / 굽이 굽이 대관령 옛길 / 추녀에 엮인 옛 편지 /외나무다리와 돌다리 / 초석에 담긴 편지 / 맛 따라 요기조기 / 문화유산 이야기 / DMZ에 핀 가을꽃 이야기 / 맛 따라 구석구석 / 맛 따라 그 곳에 가면 / 길에서 담은 조약돌 / 하늘타리와 녹슨 기찻길 /짚신발로 떠난 제주 올레길 / 프라하의 낭만 / 사쿠라지마 화산 ㅁㅋ/ 흙돌나무풀의 유산 / 당간과 당간지주/여행은 늘 설레임 /길에서 문화를 찾다 / 정으로 쪼고 자귀로 다듬다 / 다낭 힐링 여행 / 산들내 꿈을 줍네 / 산들내우주를 보네 / 마을민속유산/ 옛 얼음창고